오늘 신부님께서 주신 묵주.

anglican-beads

모두 33개의 구슬이 연결되어 있다. 시작 구슬과 성모송을 암송하는 4개의 구슬, 그리고 한 주를 의미하는 7개의 구슬 네 쌍.

로마 가톨릭 묵주보다 짧다고 한다. 관상기도에 들어가는 첫 단추를 잘 꿰야 할텐데.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기도의 도구로 묵주나 염주를 사용해왔다. 그리스도교 역시 기도 집중과 하느님께 바친 기도의 수를 헤아리기 위해 조약돌, 묵주, 매듭 등을 사용해왔다.

성공회 묵주기도는 서방교회인 로마 가톨릭의 묵주기도와 동방교회인 정교회의 예수기도를 결합시킨 비교적 최근의 기도양식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뜻하는 33개의 구슬로 이루어진 성공회 묵주는 1980년대 중반에 프락시스라는 기도모임에서 린 바우만 신부님이 고안한 것이다. 이 기도는 관상기도 모임에서 실천을 통하여 발전해왔다.

성공회 묵주의 배열은 관상기도를 전통적인 그리스도교의 상징들과 연결시켜준다. 관상기도는 이 상징들을 통하여 풍부해지는데, 상징은 주의를 집중시켜주고, 기도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직관적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향하게 한다.

묵주는 둥근 원으로 구성되는데 이것은 시간의 순환을 상징한다. 원형으로 순환하는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그리스도인의 영적 순례를 나타낸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뜻하는 33개의 구슬은 7개씩 네 그룹으로 나뉜다. 이 7개의 구슬은 일주일을 뜻하는 주간구슬이라 부른다.

네 그룹 사이에는 각 1개의 구슬들이 놓인다. 이를 십자구슬(cruciform)이라한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4라는 숫자는, 동서남북, 즉 온 세상과 한 해의 네절기를 뜻한다. 교회력은 매해 그리스도의 생애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기념하는데, 대림절(1)에서 시작하여 성탄절과 공현절(2), 사순절과 성주간(3), 그리고 부활절과 성령강림절(4)이다.

7개의 주간구슬이 4번 반복되는 것은 1달을 뜻한다. 또한 유대-그리스도교 전통에서 7은 완전과 완성을 뜻한다. 기도는 완전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부르짖음이다.

상징의 완성은 각 주간구슬들이 십자구슬들을 이어주고 있으며, 묵주기도를 시작할 때 주님과의 일치를 나타내는 시작구슬(주의 기도)을 통하여 표현하고 있다.

전체 구슬의 개수는 33개이다. 묵주를 따라 3회(삼위일체를 상징)를 돌려 기도하면 처음 십자가에서 바치는 성호경과 시작구슬의 주의 기도를 합쳐 99번 되며, 기도 끝의 마감구슬(시작구슬이 곧 마감구슬이다)에서 바치는 송영(영광경)을 합치면 전부 100번의 기도가 된다. 동방교회에서 100은 창조의 완전함을 뜻하는 숫자이다.

묵주는 기도에 집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단순한 기도말을 반복하는 동안 번잡했던 마음은 정돈되며 머리와 몸과 영혼을 다 사용하여 하느님의 현존 안에 있도록 인도한다. 또한 계속 이어지는 구슬들을 손끝으로 만짐으로써 영적 감각은 주님께 고정되고, 기도말이 간직한 리듬은 우리로 하여금 더 쉽게 영적 고요함에 잠기게 하며, 마침내 주님과의 일치인 관상으로 이끌어준다. 아래 기도방법은 참고사항이며, 여러 방식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개신교 전통에 익숙한 신자라면 성모송 대신 좋아하는 성서 구절이나 다른 기도말로 바꿀 수 있는데 이것이 로마 가톨릭 묵주와의 차이점이다. 모든 기도말이 마찬가지이다.

  1. 십자가에 입을 맞춘 후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호경을 바친다. 이때 십자가를 붙들고 사도신경을 고백하기도 한다.
  2. 시작구슬을 쥐고 주의 기도를 바친다.
  3. 십자구슬에서 성모송을 드린다.1
  4. 주간구슬들로 가서 한알마다 쥐고 예수기도를 바친다. 3, 4를 반복하면서 한 회전을 마치면 2회 더 반복한다.
  5. 마감구슬(시작구슬)을 쥐고 송영(영광송)을 바친다.
  6. 이후 십자가를 붙들고 고요히 침묵을 지키며 기도하거나 성서를 읽는다.

묵주를 따라 3회 따라가며 기도할 것을 권한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나 가능하지만, 당신의 생각이 쉬고, 당신의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는 장소에서 하기를 권한다. 기도 후에는 침묵하고 성찰하며, 성서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듣기는 모든 기도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제 성령의 인도를 구하며 기도로 들어가라.


십자가(성호경)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시작구슬(주의 기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바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며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영원토록 아버지의 것이옵니다. 아멘

십자구슬(성모송)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마리아에게 나신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하느님의 모친되신 마리아여, 이제와 임종시에 우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주간구슬(예수기도)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여, 저에게(또는 ㅇㅇㅇ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마감구슬(송영)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지금도 그리고 영원히 아멘.


  1. 성모송은 테오토코스 논쟁과 관련있다. 성모송은 영지주의를 배제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