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하탄의 어느 변호사가 의회에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백도어를 의무화하는 법을 입법하라고 요구했다. 단, 백도어 접근에 필요한 키는 수사기관에 제공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는데…

기사를 읽다보면 변호사에게 용의자의 스마트폰을 도청/감청했더라면 해결할 수 있었을 사건들이 한 해동안 111건이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변호사가 사건을 수사도 하나? District Attorney라 했으니 행정 기관에 소속된 변호사인건가? 아뭏튼, 에드워드 스노든의 도청/감청 폭로 이후 개인의 사생활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통신을 암호화하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가 IS의 파리 테러 사건 이후 암호화에 대해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불똥이 튀었다.

보통 합법적인 감청/도청이 가능하도록 IT 기기에 백도어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렇게 함으로써 공익이 증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게, “감청/도청으로 발생하는 공익이 그로 인한 불편이나 개인의 사생활이나 권리 침해보다 정말 큰 것일까?” 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 쉽지 않고, 공익이 명확하지 않다. 수사기관이 백도어 접근을 남용하거나 상시로 도청, 감청이 이뤄지면 오히려 권력이 공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노릇 아닌지? 형사소송법의 기본 정신은 “열 명의 범죄자를 잡지 못해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는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미탐(false-negative)을 감수하더라도 오탐(false-positive)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또 한 가지는 감청/도청으로 반사회적인 “개인의 의지와 생각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형사 처벌이 가능한가?”하는 점이다. 개인의 의지와 생각이 반사회적이라 해서 처벌할 수 있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기 때문에 다분히 위헌의 소지가 크다. 감청/도청으로 미리 예견된 범죄의 예방 조치가 가능할 수는 있어도, 의사 표현만으로 이미 범죄를 실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으로 시작된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은 몇몇 개인의 의지와 생각이 국가 전복 음모로 포장되어 처벌받은 대표적인 예다. 이석기를 비롯한 주사파가 당의 주류로 인식된 것도 억울한데, 아무 연관없는 통합진보당원들이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로 고소당해야 했는지, 참 어처구니없다.

그리고, 도청/감청 외에 다른 수사 방법은 없는지도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꼭 백도어이어야 하나?

말이 길어졌다. 난 “백도어를 만들면 오히려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팀 쿡의 입장을 지지한다. 백도어는 정의감에 불타는 수사기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닐터.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어가나… 괜히 기사 하나 읽고 생각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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