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공동번역 성서 개정판을 PDF로 변환하는 작업을 했다. 어차피 성공회 교인이라면 공동번역 성서를 하나쯤 갖고 있을텐데… 주일만 들고 다니면 뭐하나(들고 다니기는 하나?)

  • PDF 파일 작업 이력: 링크참조

발단은 이러했다.

이미 성공회 기도서에 북마크를 달아서 송파교회 신부님께 드렸었다. 이 참에 “찾아보기 쉽게 새로 발간된 2015년 성가집도 북마크를 달아야지?“하고 이마저도 완성해서 드렸는데, 떡하니 HWP로 작성된 공동번역 성서 개정판 파일을 받게 된 것이다… 이게 왠 횡재람? 그동안 공동번역 성서 앱이 없어 천주교주교회의가 발간한 성경 앱을 쓰고 있었다. iOS 판올림을 하면서 레이아웃이 깨어져 난감하던 차에 잘된 셈치고 PDF 변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작업한 결과물은 초안이 나오기까지 12시간은 걸린 것같다. 워드로 스타일 정의해서 적용(찾기 & 바꾸기 신공 필수)하고, 각 책마다 구역을 분할했다.

그렇게 하고 대충 훑어보니 다니엘이라든가, 에스델(에스더), 호세아같은 책에선 칠십인역, 혹은 노바 불가타(라틴어) 성경에서 절 구성이 달라 추가 작업이 필요했다.

원래 계획은 iOS 프로그래밍을 배워 앱으로 기도서를 아이패드에 넣어두고, 교회력에 따라 성무일과 독서를 하거나 감사성찬례에서 쓸 수 있도록 성공회 내에 보급하고 싶었지만, 코딩 초보자가 갖기엔 너무 거창한 야심이라서 먼저 PDF로 변환한 셈이다.

파일에는 일러두는 글을 달아두었다.

1977년 봄, 부활절에 편찬한 공동번역 성서는 이제 대한성공회, 한국정교회와 일부 개신교회에서만 사용하는 성경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로마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시를 읽는 듯한 뛰어난 문체와 한국어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훌륭한 번역본입니다.

이 파일은 개인적으로 휴대하고자 공동번역 성서 개정판을 문서 파일로 변환한 것입니다. 이 PDF 파일을 사용하려면 먼저 서점에서 대한성서공회의 공동번역 성서 개정판을 구입하십시오.

이 성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현대 맞춤법에 맞도록 “읍니다”를 모두 “습니다”로 수정했습니다.

•공동번역 개정판 출판본의 주석을 모두 옮겨 적었습니다.

•절 단위로 나뉜 줄바꿈을 모두 단락 단위로 배열을 고쳤습니다.

•“제2경전(외경)”은 개정판과 달리 구약 뒷부분에 모아두었습니다.

맞춤법, 오탈자를 확인해 수정하고 있지만, 파일의 오류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부록으로 대한성공회에서 사용하는 “주의 기도”, “사도신경”, “니케아신경”과 성공회기도서에 있는 감사성찬례용 “시편” 및 “신앙의 개요”, 세계성공회협의회와 람베스 회의를 통해 확인한 세계성공회의 선교원칙, 대한성공회 전국의회의 “대한성공회의 교리와 전례에 관한 기본적 선언”을 실었습니다. 대한성공회는 기도서의 교회입니다. 이 공동번역 성서 개정판 PDF본이 성공회기도서와 함께 신앙 생활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7년 1월 19일

만든 PDF 본의 창세기 첫쪽만 공개하면 이렇다.

창세기 1장

나름대로 성서 본문을 일반 본문과 운문을 구분하려고 했다.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뿐만 아니라 예언서에 실린 상당수의 본문도 운문이다.

공동번역 성서에 들여쓰기가 되어 있는 내용들(예: 창세 2:23 중에서 아담의 말)도 충실히 반영하려고 애썼고, 주석도 다 반영했다.

만들다 보니 생기는 고민:

  1. 기도서도 PDF로 발간했고, 배포해도 된다는 대한성공회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PDF 변환에 사용된 파일 폰트에 문제가 있어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재작업이 필요하다.
  2. 성가집(2015)도 PDF로 변환했지만, 악보가 이미지이다 보니 파일 사이즈가 너무 크다.
  3. 글꼴은 라이선스 문제에서 자유로운 나눔명조를 썼다. 이쁘기는 하나 각이 진게 너무 남성적이다?

PS(2017.1.20).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왜 이런 고생을 하고있을까.

  1. 판형을 B5로 줄이고 1단 배열로 바꾸어 화면이 작은 아이폰에서도 볼 수 있게 했다.
  2. 히브리어 사본, 칠십인역(그리스어), 노바 불가타(라틴어), 개역한글 사이에 장/절이 다른 경우가 자주 눈에 띄었다. 공동번역 개정판 성서 출판본을 참고해 장/절을 모두 표시했다.
  3. (전에는 몰랐던)성서의 시, 노래는 모두 운율에 맞게 출판본처럼 들여쓰기 하고, 줄바꿈을 넣었다.
  4. 편집 작업은 64비트 Microsoft Word를 사용했다. 겨우 3메가 정도 하는 문서 파일이지만, 텍스트가 워낙 많다보니 32비트에서는 편집 불가. Word가 PDF 전문 저작도구가 아니라는 건 잘 안다. 하지만 있는 도구를 쓸 수 밖에. PDF로 변환하면 파일 크기는 16MB가 조금 넘는다. 장애인을 위한 스크린 리더용 접근성 태그를 포함하면 160MB가 넘어가서 접근성 태그는 적용하지 않았다…

2017.2.21.

  1. 본문 주석이 참조하는 다른 장/절 항목에 모두 하이퍼링크를 걸어두었다. 리비전은 겨우 하나 올라갔지만, 링크가 꽤 양이 많다. 접근성 태그를 달게되면 용량이 엄청 커질 것같다.
  2. 사본이 라틴어 불가타인지, 칠십인역인지 등에 따라 주석이 가리키는 장/절이 다를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허허허…
  3. 일부 주석은 전혀 맥락이 맞지 않아보인다. 아마추어인 내가 보기에 그런 것인지, 원어로 보는 성서에서 어떤 용어나 당시 관습 때문에 참조가 있게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파일 편집자 주를 달아두어 맥락과 맞지 않음을 표시했다.
  4. 근데, 이 많은 주석들은 도대체 누가 단 것일까? 주석도 어떤 기준이 되는 주석서가 있는 것일까?